지금은 유니버설 뮤직 그룹 회장이자 대표 루시안 그래미지가 매년 주최하는 쇼케이스 전 날 오후인데, 그는 이 쇼케이스를 통해 이 회사의 유망한 슈퍼스타들을 음반 회사 임원들과 업계 인사들에게 소개한다. (과거 공연했던 가수들로는 아리아나 그란데, 할시, 숀 멘데스 등이 있다.) 그녀들의 강렬한 안무와 춤의 무거운 박자, 클루엘리스 스타일의 하이 패션으로 네 명의 여성들은 투 체인즈와 릴 베이비 같은 래퍼들이 즐비한 오늘날의 라인업이나 아리아나 그란데 같은 여성들과는 이례적으로 그들을 이상적으로 만드는 일종의 벨앤위슬 팝 프로듀싱을 제공한다.
이 쇼케이스는 블랙핑크의 첫 번째 미국 공연이지만, 블랙핑크는 훨씬 이전에 역사를 썼다: “뚜두뚜두” 는 지난해 6월 빌보드 핫 100에서 55위로 정점을 찍어 한국 걸그룹 중 가장 높은 차트의 싱글이 됐고, 올 4월에는 북미 아레나 투어에 임하기 전 한국 걸그룹 중 최초로 코첼라에서 무대에 서게 되었다. 대부분 한국어로 구성된 뚜두뚜두는 블랙핑크를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에겐 자랑스러운 경고로, (후렴구는 총 쏘는 소리를 흉내낸 것이다.)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는 청취자들도 쉽게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처음에 과묵한 UMG 관중들은 확실치 않아보였지만, 동시에 그들에게 호기심을 가졌다. 제니는 평소에는 부드러워 보이지만, 무대에 올라서면 사나운 가수이자 래퍼가 된다. 그녀가 2절에서 강렬한 랩을 하자 점점 많은 관중들이 그를 영상으로 남기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K-pop이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는 더 이상 의문의 여지가 없다. 7인조 남성그룹인 ㅂㅌㅅㄴㄷ은 2018년 빌보드 200에서 2장의 1위 앨범을 냈고, 10월 미국 구장인 뉴욕 시티필드를 매진시킨 최초의 K팝 그룹이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K-pop은 여전히 주류와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라디오 방송국에 대한 팬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라디오에서만 그들의 노래가 나오고, 아티스트들은 K-pop스러운 행동을 배제하고 공연하는 일이 거의 없으며 격정적인 팬클럽들 외에는, K-pop 스타들은 아리아나 그란데 같은 사람이 트윗 하나로 야기할 수 있는 더 넓은 "대화"를 거의 하지 못한다.
블랙핑크는 미국이 가진 K-pop의 틀을 탈피하려는 한국 음악의 최근, 가장 큰 희망을 나타낸다. 그 그룹은 그들의 다국적인 정체성이 국제적으로 매력을 어필할 수 있게 한다고 믿는다: 달콤한 목소리를 가진 지수, 24살이고 한국 토박이; 자신감에 차있는 래퍼 리사, 21살이고 태국 출신; 기타를 연주하는 로제, 22살이고 호주에서 자랐다; 그리고 23살의 제니,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대부분의 성장기를 뉴질랜드에서 보냈다.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해도 음악, 분위기, 영상을 이해할 수 있어요.” 통역사를 통해 지수가 말했다. (로제와 제니는 영어에 능통했으며 리사는 우리의 인터뷰 동안 영어와 한국어를 번갈아 했다.) “우리는 한국 문화와 서양 문화를 모두 가지고 있어요.” 로제가 호주 억양으로 덧붙였다.
그리고 비록 가끔 나오는 영어 가사가 이미 그들의 정체성을 (보통의 K-pop과는 거리가 있다는 뜻 같아요) 지우지만, 제니는 모든 가사가 영어인 노래를 녹음하는 것이 미래에 그들이 확실히 하고 싶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들은 데뷔앨범을 만드는 것에 우선적으로 집중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두근거리는 EDM, 80년대 팝, 하모니카와 힙합 비트가 혼합된 그들의 소리조차도 넓은 폭의 관객들을 위해 고안된 것 같다. 지난해 그들에게 2개 언어로 된 노래 “Kiss and Make up”을 같이 부를 것을 제안한 두아 리파는 "그들의 사납고 힘을 주는 에너지에 즉각 끌렸다" 고 말한다. “그들은 단순히 히트곡만 주는 게 아니라 가사를 넘어, 울려 퍼지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지난 가을 블랙핑크는 인터스코프 레코드와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SM 엔터테인먼트와 JYP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한국 3대 음악 회사 중 하나이자 블랙핑크의 소속사인 YG 엔터테인먼트의 창조적이고 사업적인 파트너 역할을 할 것이다. 이 회사들은 레이블, 매니지먼트 회사, 그리고 제작 스튜디오의 역할을 하며, 소속 아티스트의 거의 모든 측면을 통제하고 관리한다. 인터스코프 회장이자 대표 존 재닉은 YG의 리더이자 블랙핑크를 발굴한 양현석, 블랙핑크의 메인 프로듀서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테디 박이 "쇼를 운영한다"고 말했다: 인터스코프의 pop-rock A&R 책임자인 샘 리백이 YG 서울 본사에 여러 차례 출장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보내고 있다."고 재닉은 전했다. “우리의 목표는,” 그가 말했다. “YG가 전 세계적으로 해온 것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만약 인터스코프가 블랙핑크를 진정한 세계적인 슈퍼스타로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이같은 파트너쉽은 K-pop에 투자하려는 다른 레이블들의 모델이 될 수도 있고 심지어 공동 각인될 수 있는 길을 닦을 수도 있다. "이번 계약은 벤치마크가 될 수 있다." 라고 로스앤젤레스 에코파크 부근의 작은 집에서 YG의 미국 사업을 이끌고 있는 JJ는 말한다. 또 인터스코프의 K-pop에 대한 선견지명도 확인할 예정이다.
당시에, 한국 아티스트들은 주류 차트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로 스트리밍 플랫폼은 팬들이 한국 음악을 발견하고 지원하는 것을 더 쉽게 만들어 주었고, 소셜 미디어의 성장으로 대중들은 세계 곳곳의 아티스트들과 깊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시대에 사람들은 그들의 음악과 재능있는 아티스트를 인터넷에서 찾는다.” 라고 AEG PEST의 선임 vp인 수잔 로젠블루트는 말한다. (블랙핑크의 북미 투어 스케쥴링에 도움을 주었다.) 그녀는 K-pop의 미국 내 시청자들은 "전통적 노선을 따르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저스틴 비버 리믹스의 도움을 받은 루이스 폰시와 양키의 차트 1위 라틴어 히트곡인 "Despacito"의 성공은 영어를 사용하는 청취자들을 다른 언어의 음악에 대해 더 개방적으로 만들었다. “우리는 과거에 본 것보다 더 많은 다른 나라에서 히트곡을 낼 것이다." 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한국 음악을 받아들이는 것은 단순히 청취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산업계 문지기에게도 달려있다. UMG 쇼케이스에서 블랙핑크에 대한 반응은 열광적이었지만, 2018년 데뷔 앨범이 일부 비평가들로부터 표절 앨범이라고 평가받았던 고전 록 부흥가 그레타 밴플리트에 대한 반응에 비하면, 무미건조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블랙핑크의 인터스코프 계약에 대한 반응은 그들의 태도가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
레이블과 YG의 컨택을 촉진한 인터스코프의 제러미 에리히 대표 (그는 YG의 JJ와 경영대학원 동문이다.) 는 "우리 레이블의 많은 아티스트들이 이 소녀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하고 라디오 방송국들이 블랙핑크의 신곡은 언제 나올지 물어보곤 한다"고 말했다. “업계가 준비되었다. 신곡이 나오면 '이건 한 순간의 유행일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쇼케이스 전날, 블랙핑크는 LA 시내 높은 곳에 있는 호텔 스위트룸에서 편안하게 휴식하고 있었다. 회색 양털 상의와 체크무늬 코트를 입은 리사는 더 가까이 보기 위해 코너 창을 통해 할리우드 간판을 구경한다. 밝은 색깔의 스웨터와 카디건을 입은 그녀의 동료들은 2월에 로스엔젤레스가 그렇게 쌀쌀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음을 인정한다. 전날 드물게 있는 자유시간에, 그들은 산타모니카로 쇼핑을 갔다. “원래는 옷을 샀어야만 했어요.” 제니가 말했다. “ 그러나 저희는 단지 무엇이든 따뜻한 걸 마구 사는 것에 그치고 말았어요.”
블랙핑크의 LA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 것이 성사되는 데까지는 거의 10년이 걸렸다. 블랙핑크의 멤버들은 YG의 엄격한 채용과 훈련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2010년부터 세계 곳곳에서 서울로 모였다. YG를 비롯한 기획사들은 한국 내외의 다른 곳에서 모두 오디션을 치르고 있으며, (로제는 오디션을 치르기 위해 멜버른에서 시드니로 갔다.) 전형적으로 10대, 필수는 아니지만 한국어에 능통한 연습생을 선발하고 있다. 2010년 고국인 태국에서 오디션을 본 리사는 2011년 서울에서 연습을 시작할 때만 해도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
YG에 합류하는 것은 제니에게는 학교보다 더 엄격한 일종의 팝스타 아카데미에 등록하는 것을 의미했고 로제는 기숙사 방이 있는 The X Factor에 이를 비유했다. 하루에 12시간씩 일주일 내내 블랙핑크의 미래 멤버들은, 제니의 기억에 따르면 10-20명의 다른 연습생들과 함께 노래, 춤, 랩을 공부했고, 각자의 장점을 파악하고, 아급 연습생들을 걸러내기 위해 고안된 월간 테스트에 참여하였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했기 때문에 랩을 지향했던 제니는 "누군가가 종이 한 장을 들고 와서 벽에 붙이면 누가 가장 잘했는지, 누가 최악이었는지, 누가 집으로 돌아가게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고 회상했다. "A,B,C로 등급을 평가받았어요." 라고 리사는 설명한다. "리사는 항상 모든 것에 대해 A를 받곤 했어요." 라고 제니가 웃으며 덧붙인다.
그 과정은 길었다. 제니는 2016년 블랙핑크가 데뷔하기 전까지 6년 동안 연습했고 리사와 지수는 5년, 로제는 4년을 연습했다. 한국 밖에서 살다온 멤버들에게 훈련 속도는 때로 고달팠다. "저는 울면서 부모님께 전화하곤 했어요." 라고 로제는 회상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 대처하는 것이 힘들었던 만큼, 그것은 저를 더 갈망하게 했어요. 엄마는 '네가 그렇게 힘들면 그냥 집에 돌아와라'고 말씀하시곤 하셨어요.
“제니는 제게 영어로 말을 걸어주었고, 지수는 제가 한국말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어요.” 라고 리사가 말했다. 로제는 그들 중 마지막으로 연습에 들어갔지만 입국 당시 밤새 4명이서 유대감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손발이 잘 맞았어요.” 로제가 말했다.
로제는 가끔 통역할 때 리사의 무릎에 손을 얹기도 하고, 어느 순간 제니와 지수가 함께 모여 서로의 목걸이를 조절해주며 서로간의 친밀감을 드러냈다. “우리는 정말 쉬는 날이 없어요,” 리사가 말했다. (2주에 한번정도라고 로제가 덧붙였다.) 그리고 그들의 가족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들은 종종 같이 휴가를 보낸다. 로제는 "우리는 함께 붙어 있어" 라고 웃으며 말했다.
K-pop 회사들은 조립 라인 스타일의 포장 (자동화된 시스템이라는 뜻인듯..) 으로 유명하지만 블랙핑크의 멤버들은 그들의 노래에 공식적인 쓰기 크레딧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많은 창의적인 의견을 반영하려고 한다. “테디는 그가 작업하고 있는 음악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정말 우리의 생각을 우리 노래에 넣으려고 노력해요.” 라고 제니가 말했다. “그는 정말로 우리에게서 영감을 얻어요.”
“그들이 실제로 그들의 노래를 진정으로 소유하는 것은 아티스트로서 중요하다.” 라고 테디가 말했다. 그녀들은 모두 누가 어느 파트를 불러야 할지 제안한다. 누군가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테디가 그를 조정한다. “테디 오빠는 우리에게 단순히 완성된 곡을 가져다주며 '연습하러 가' 라고 하지 않아요.” 라고 로제가 말했다.
게다가 블랙핑크 멤버들은 또 다른 창의적인 표현 수단을 가지고 있다: YG는 지난해 가을 제니를 시작으로 모든 멤버가 솔로곡을 발표할 것이라고 하였고, ‘솔로’는 12월 빌보드 월드디지털송판매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비록 그들의 음악이 여전히 YG에 의해 만들어지고 발표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룹 장수와 솔로 성공이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는 생각은 걸그룹 역사에서 급진적인 발전이다. 재닉은 이 것이 “브랜드를 더 강하게 만든다" 고 말한다.
YG와 같은 기업을 통해 들어오는 스타들은 한국에서 소위 '아이돌'로 불리며 역사적으로 껄끄러운 이미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어 왔다. 블랙핑크가 데뷔했을 때 제니는 YG가 홍보에 매우 까다로웠다고 말한다: “우리는 훈련받았어요...” “좀 더 폐쇄적이 되도록이요.” 로제가 덧붙였다.
"폐쇄적인"은 현재 미국 차트를 지배하고 있는, 아리아나 그란데에서 할시 등의 여성 가수들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 그들은 더 깊고 개인적이고 노골적인 음악을 만든다. 하지만 블랙핑크가 TRL 시대의 팝 스펙을 갈망하는 관객들에게 맞는 성공을 찾을 수도 있지만, 인터스코프의 에를리치는 이 그룹을 "현대 스파이스 걸스"라고 부른다. 최근 이 밴드는 무대 위나 무대 아래 모두에서 완벽해 보이는 것에 대해 신경을 덜 쓰고 있다. “우리는 항상 대중 앞에 있고 싶고, 우리 자신에게 더 진실되고,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싶었어요.” 제니가 말했다. “우리가 가끔 일을 그르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사람들에게 진짜 우리를 보여주고 싶어요.”
내가 제니와 리사에게 그들이 미국에서 랩퍼로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으로 예상하는지 물었을 때 리사는 당황한 신음소리를 내면서 그녀의 양털로 된 상의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힙합을 좋아했고, 타이가에 사로잡혀있었다고 했다. (“저는 그의 스웨그를 좋아해요,”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덧붙였다.) 그러나 그녀와 제니는 미국 흑인 예술가들이 개척한 스타일을 채택하는 아시아 걸그룹이 문화적 유용성에 대한 논쟁에 매우 익숙해진 일부 국가 청취자들에게는 받아들여지기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저와 리사는 그 주제에 대해 대외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지만, 우리는 이에 대해 큰 압력을 느끼고 있어요,” 로렌 힐과 TLC 같은 아티스트들을 연구하면서 처음 랩을 시작했다고 밝힌 후 제니가 덧붙였다. 그녀는 방 건너편의 리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리사는 그걸 이겨낼 거에요” 리사는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한 류의 취약성은 궁극적으로 미국 대중음악 대중들에게 블랙핑크가 사랑받을 수 있게끔 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성공한 아티스트들은 그들이 어떻게 하면 그들의 노래에 다음 세대의 경험을 녹일 수 있는지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 고 골든보이스의 로센블루스가 말했다. “블랙핑크에게는 내가 정말 사랑하는 진실성이 어느 정도 있다. 진심이 느껴진다.”
다시 쇼케이스 얘기로 돌아가면, 블랙핑크는 복잡한 안무와 머리칼을 휘날리는 댄스를 선보이며 레게톤의 노래 "Forever Young"으로 무대를 마무리했다. 박자가 절정에 이르자 멤버들은 서로 스쳐지나가며 음악이 멈추는 시간에 맞춰 두 손으로 엉덩이를 짚고 마치 조각상 같은 포즈를 취한다. 불빛이 희미해지자 그녀들은 잠시 가만히 있다가 두 팔을 떨어뜨리고 서로를 향해 돌아서며, 그들이 여기 있다는 것을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숨을 고르고 미소를 짓는다.
원본 : https://www.billboard.com/articles/news/cover-story/8500312/blackpink-billboard-cover-story-2019
출처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blackpink&no=1287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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