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entertain.naver.com/read?oid=021&aid=0002265467
내달 팬미팅 시작으로 앨범도 내고 中현지서 본격 활동
다음 원숭이해 되는 36세땐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 되고파
녹화 다 끝내고 설엔 큰댁으로… 요즘 친척 만나는게 즐거워졌죠”
“우와, 나를 알아보네∼?”
요즘 ‘대세’라 불리는 걸그룹 EXID의 멤버 하니를 만난 건 지난 1월 28일 서울 종로 경희궁. 그 주초 영하 18도까지 떨어졌던 기온이 다시 영상권을 향해 가던 날이었다. 추위가 잦아든 틈을 타 고궁 나들이에 나섰던 시민들은 사진 촬영 중인 그를 슬쩍 보더니 “하니다!”라고 외치며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알아보는 것이 왜 신기하냐”는 질문에 하니는 “‘위아래’는 알아도 저는 잘 모르실 것 같아서요”라며 배시시 웃었다. 하니가 속한 EXID는 ‘기사회생의 아이콘’이다. 2012년 데뷔 후 긴 무명 시절과 멤버 교체 등의 아픔을 겪었고, 2014년 8월 발표한 ‘위아래’ 역시 활동 시작 1개월 만에 마감했다. 하지만 ‘위아래’ 무대를 선보이는 하니의 모습을 찍은 ‘직캠’(팬이 직접 찍은 영상)이 각종 SNS와 온라인게시판에서 화제를 모으며 ‘위아래’가 3개월 만에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결국 그해 11월 멜론을 비롯해 주요 음원 사이트 순위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EXID는 ‘강제로’ 활동을 재개했다. 이후 포털사이트에서 ‘EXID’를 검색하면 ‘역주행’이 연관 검색어로 따라 붙는다.
“어딜 가도 ‘역주행’에 성공한 이유를 꼭 물어보세요.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살렸다는 의미에서, 희망과 격려의 아이콘이라고 말해주셔서 정말 기쁘고 감사해요. 2015년은 제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한 해였어요. ‘그룹 EXID’와 ‘가수 하니’가 다시 무대에 설 이유를 준 한 해였으니까요.”
1992년생, 원숭이띠인 하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새해를 맞았다. 1월 1일 아이돌 그룹 JYJ의 멤버 김준수와 교제 중인 사실이 알려지며 하루 종일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그 흔한 ‘부인’이나 “친한 선후배”라는 애매한 입장 정리도 없었다. 시원스럽게 교제 사실을 인정해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인기가 치솟고 찾는 곳이 많으니 설을 앞두고도 쉴 틈이 없다. 인터뷰가 잡힌 날, 하니는 새롭게 MC로 투입된 SBS ‘3대천왕’의 기자간담회를 마친 후 부랴부랴 달려왔다. 설 연휴 기간에는 지상파 3사에서 모두 하니를 전면 배치했다. KBS 2TV ‘본분올림픽’과 ‘우리는 형제입니다’, MBC ‘아이돌스타 육상선수권대회’, SBS ‘먹스타 총출동’과 ‘사장님이 보고 있다’ 등 파일럿 예능 제작진이 앞다투어 그를 섭외했다. 쪽잠을 자고, 체력이 고갈돼도 시간만 허락된다면 어디든 간다. 찾는 곳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이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상황이 한없이 고맙다.
지난해 ‘위아래’가 뒤늦게 사랑을 받으며 인기 걸그룹 반열에 오른 EXID의 멤버 하니가 자신의 해인 병신년을 맞아 더 높게 도약하겠다고 다짐하며 껑충 뛰어오르는 포즈를 취했다. 곽성호 기자 tray92@“아직은 무대에 오르고 싶고, 카메라 앞에 서고 싶어도 그럴 수 없던 때의 기억이 더 많아요. 지금도 정말 실력 있는 동료들이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있고요. 이런 상황과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제게 주어진 기회를 허투루 흘려보낼 수가 없어요. 오히려 ‘너무 많이 나온다’고 타박하실까 걱정이죠.”(웃음)
하니는 ‘위아래’로 역주행하던 때를 “몰래 카메라 같았다”고 말했다. “뜰 만한데 왜 안 되지”라는 주변의 걱정 섞인 격려에 “예쁘게 봐주세요∼!”라고 웃으며 답하면서도 해법을 찾지 못하던 EXID에게 그야말로 마법 같은 일이 생긴 것이다. 그 근간에는 부정적 이야기를 삼가며 지쳐가는 서로를 격려하던 멤버들의 ‘긍정의 힘’이 있었다.
하니는 “올해는 제가 잘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에는 멤버 중 양띠였던 엘이(LE)의 복된 기운이 팀을 이끌었기 때문에 올해는 자기 차례란다. 그리고 내년에는 닭띠인 또 다른 멤버 혜린에게 이 기운을 넘겨주고 싶다고 말한다.
일단 시작이 좋다. EXID는 중국 부동산 재벌인 왕젠린(王健林) 완다(萬達)그룹 회장의 아들인 왕쓰충(王思聰)이 운영하는 바나나프로젝트와 정식 계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한다. 지난 1월 11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공식 협약식을 가졌고 오는 3월 중국 팬미팅을 앞두고 있다. 중국 내 유통망과 영향력을 갖춘 기업과 손잡은 만큼 EXID가 한국에서의 역주행을 넘어 중국에서의 정주행을 기대해 볼 만하다.
“좋은 여건에서 활동할 기회가 생겼어요. 3월 팬미팅을 시작으로 앨범도 내고 본격적으로 활동할 것 같아요. 하지만 한국 활동을 소홀히 하진 않을 거예요. 본래 활동 기반은 한국인 만큼 양국에서 앨범을 동시에 출시하고 오가며 활동할 계획이에요. 한국과 중국이 멀지 않으니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아요.”
하니에게 중국은 낯설지 않은 나라다. 고등학생 시절 6개월간 유학한 적이 있다. 대형 기획사에서 연습생 신분으로 데뷔를 준비하다가 그만둔 때였다. 어린 나이에 좌절을 맛본 하니가 택한 곳이 동생이 공부하고 있던 중국이었다. 하지만 꿈을 버리지 못하고 6개월 만에 다시 돌아왔다. 그때 공부했던 중국어가 지금 다시 유용하게 쓰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17세 때였어요. ‘도피성’으로 중국으로 갔죠. 하지만 미련이 남아서 결국 돌아와 다시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어요.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중국어는 꾸준히 공부했어요. EXID로 데뷔 후 공백기 때도 중국어 학원 직장인반에 가서 수업을 듣곤 했는데, 이제야 활용할 기회가 생겼네요.”(웃음)
강한 역주행으로 시동을 건 후 비로소 정주행을 시작한 24세 하니가 또다시 원숭이해를 맞는 2028년, 36세 때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잠시 머뭇거리던 하니는 조심스럽게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달변가이고 유명해서가 아니다. 따뜻해서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길 좋아하고, 건강한 생각을 전파하길 좋아하는 하니에게 오프라 윈프리는 마음속 롤모델이었다.
“심리 분야에 원래 관심이 많았는데 SBS ‘동상이몽’, ‘스타킹’과 같이 누군가의 인생을 나누는 예능에 출연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어요. 누군가에게 조언을 하고 싶어서는 아니에요. 그보다는 훌륭한 삶을 사는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듣고 그것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하니는 올 설에 가족들과 큰댁에 간다. 특집 프로그램 녹화를 모두 마쳐서 오랜만에 여유가 생겼다. 취업이 된 조카가 당당히 명절을 즐기듯, 하니는 요즘 친척들과 만나는 것이 즐겁다. 이런 딸의 모습을 보는 부모님의 마음도 흐뭇하다. 그런 부모님의 마음을 아는 하니는 기쁘다.
“평소 스케줄이 많아서 명절 때는 엄마, 아빠랑 같이 있고 싶어요. 전에는 친척들도 저를 안쓰럽게 바라보셔서 안 가곤 했는데 요즘은 사인과 사진 촬영 요청이 쇄도해요. 이모랑 할머니는 ‘많이 말랐다’며 갈비찜을 제 앞에 놔주시고, ‘다리를 오므리라’며 방송 모니터도 해주시죠. 제가 굳이 가족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제 일을 잘 해나가는 것만으로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어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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